아이카츠! 108화 「마음은 사과에 담아」스토리 감상 및 해석

✿ 주의

아이카츠! 시리즈 본편 스포일러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감상과 다소 과대하고 세밀할 수 있는 해석

이 포함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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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카츠! 108화 「마음은 사과에 담아」

스토리 감상 및 해석

 

 

아이카츠! 3기와 4기에서 인물들은 동화의 주인공을 모티프로 한 프리미엄 레어 드레스를 얻습니다. 드레스를 입은 인물들은 기본적으로 각각의 프리미엄이 내재하는 동화 주인공들을 투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동화에서 한 배역만을 맡고 있지 않으며, 레어 드레스를 통해 다른 동화의 다른 배역을 맡으며 캐릭터가 상징하는 메시지의 폭을 넓혀갑니다. 따라서, 한 인물이 가지고 있는 동화·신화적 속성은 상당히 다양하며, 한 인물을 보고도 다양한 서사적 구조를 연상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집니다.

 

 

108화는 히카미 스미레가 로리 고딕의 톱 디자이너 유메코지 마야를 찾아감으로써 백설공주를 모티프로 한 '스노우 프린세스 코디'를 얻는 과정을 그립니다. 스미레가 드레스를 얻는 과정은 '뱀파이어 아이돌'인 유리카를 거쳐 으스스한 '뱀파이어의 저택'에 살고 있는 마야를 만나 그를 감화시키는 것으로 요약되며, 이는 인간계에 존재하던 스미레가 평범한 인간은 쉬이 예측할 수 없는 이세계로 이행하는 구조를 지녔습니다. 예로부터 어두운 공간, 터널, 더럽고 음습한 숲길을 지나는 것은 주인공이 '이쪽 세계(이승)'에서 '저쪽 세계(저승)'로 넘어가는 과정이라 여겨졌습니다. 마야의 저택에서 스미레가 걸어간 길고 어두운 복도는 일종의 '죽음으로 통하는 길'이며, 여러 신화에서 한 번 이상 죽음으로써 각성하거나 깨달음을 얻으며 새로운 힘을 얻는 인물 양상과 통해 있습니다. 또한 마야의 저택으로 들어가기 전, 유리카는 '마야가 만든 세계의 일원이 되어야 마야의 드레스를 입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지요. 따라서 스미레는 마야의 저택을 통과하는 시련을 겪으며 한 번의 죽음을 경험하고, 새로운 성장과 도약을 도모하는 존재로서 그려집니다. 완전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는데… 영화 드라큘라에서 드라큘라 백작이 터널로 걸어들어감으로써 다음 차원의 세계로 넘어가는 것을 의미하는 부분이 있다고 합니다. 이게 맞다면 뱀파이어인 유리카가 걸어갔던 길을 스미레가 걷고 있는 것이므로 상징이 들어맞는 셈.

 

(이후 간략하게 이야기하게 될, 신죠 히나키의 '바닷속으로 들어간 미완성의 태양' 또한 옛사람들이 말했던 시련으로서의 죽음과 상통합니다. 따라서 죽음으로 상징되는 시련과 성장은, 인물이 한 차원에서 그다음 차원으로 넘어가고자 하는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죽음의 길을 걷는 스미레의 모습은 추후 '에메랄드의 마법' 무대에서 숲길을 걷는 양상으로 이어집니다. 더불어, 수많은 신화에서 여성은 문제를 해결·수행함으로써 상황을 타파하는 존재로 그려져왔기에 스미레가 길고 어두운 복도를 따라 마야가 내준 시련과 난관을 헤쳐나가며 마야의 방에 닿는 과정은 오랫동안 여러 이야기에서 구성되어 왔던 문제 해결·극복·성장의 원형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미레의 시련을 부여한 존재는 표면적으로는 유리카이며(길안내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혼자 마야를 찾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함), 내면적으로는 스미레 자기 자신이라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이는 스미레가 로리고딕을 사랑하는 자로서 유리카를 동경하기는 하지만, 이치고-아카리의 관계성처럼 유리카라는 인물 자체의 모든 면을 사랑한다기보다는 시련을 부여함으로써 자신을 깨달음으로 이끄는 자, 그 깨달음 너머에 있는 자신의 갈망(로리고딕의 드레스)을 동일하게 이해할 수 있는 자로서 그녀를 좇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알려 줍니다. 사실 유리카의 '로리고딕을 사랑하는' 면모는 스미레의 친언니에게서도 나타나는 부분으로, 이러한 구도는 스미레의 동경이 단순히 한 인간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마음' 자체를 향한다는 사실을 이야기해줍니다.

 

 

유리카는 스미레에게 인정받고 넘어서야  할 영원한 라이벌이자 대척점에 선 인물에 가깝지만, 동시에 영원히 변치 않는 동질성을 가져 애착을 가질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유리카에게 로리고딕이란 그녀에게 생명을 부여해주는, 그리고 그녀가 사랑하는 존재. 스미레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스미레는 왜 '이 세상에서 로리고딕을 가장 좋아하는 것은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언젠가는 반드시'라고 말할 수 있었을까요. 스미레는 자신이 신인 아이돌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유리카와 달리 아직 마야의 로리고딕 세계에 도달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알고 있습니다. 앞서의 해석을 바탕으로 이야기해 보자면, 스미레가 마야에게 도착하는 길은 다른 차원으로 이행하는 상징적 죽음의 과정입니다. 즉, 스미레가 '마야가 만들어낸 세계'로 향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 과정에 있는 스미레는 스스로 자신이 로리 고딕의 세계에 완전히 닿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 시련을 모두 이겨내면 자신이 마야의 세계에 편입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래서 '현재의 히카미 스미레'는 언젠가 '그 세계의 히카미 스미레'를 '좋아하게 될 것' (또는 그 세계의 히카미 스미레가 언젠가 현재의 히카미 스미레도 좋아하게 될 것)임을 어렴풋이 이해하고 있으므로 스미레는 언젠가는 반드시, 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겁니다.

 

 

마야의 방에 도착했을 때 스미레는 예상했던 대로 프리미엄 드레스에 사과가 장식되어 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마야와 유리카는 드레스에 '백설공주를 죽이려 했던 사과'가 장식되어 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지요. 스미레는 '이상하지 않다'라고 답합니다. 이 답변은 스미레가 지금까지 고민해왔던 정체성에 관해서 처음으로 내린 답변입니다. 동시에 독이 될지도 모르는 사과를 긍정함으로써 성장을 위한 죽음-시련의 과정이 필연적임을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지요. 동화 백설공주에서 독사과는 시련의 상징이자 성장을 이루고 엔딩을 맞이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장치로 등장합니다. 백설공주는 독사과를 먹음으로써 순간적인 죽음을 경험하고, 이것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녀가 다시 태어날 것임을 암시합니다. 아담과 이브 이야기나 이리스의 황금사과 이야기에서 '사과'는 쾌락과 고통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하고, 타르트 타탱 가사에는 '연인의 카드(Amant de la carte, 恋人のカード)'가 등장하는데 이 연인 카드에 그려져 있는 것이 아담과 이브, 에덴동산의 사과입니다. 스미레가 사과를 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면서도 스미레가 하나의 목표(마야의 세계, 일련의 쾌락)에 도달했다 해서 고통과 시련이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이야기하는 듯합니다. 실질 스미레가 아직 신인 아이돌이기 때문에, 스미레가 마야의 세계에 편입되어 공주-마녀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들 그것이 스미레를 완성한다고 보기는 어렵지요. 마야의 방까지 도달하는 과정에 아카리와 히나키의 도움이 있었는데다 어느 정도의 운도 따라주었으므로 더더욱 그렇습니다. 타르트 타탱 무대는 103화, 108화, 117화에 등장하는데 117화에 도달해서야 마지막 장면에서 거울이 깨지지 않고 스미레의 온전한 모습을 비추며 끝나는 것을 보면, 스미레의 첫번째 성장은 첫 등장으로부터 117화까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17화 타르트 타탱의 의상이 '매직 미드나이트'인 것을 생각하면 스미레가 흑조에서 공주, 공주에서 진정한 마녀·마법사로 거듭나 '소원을 이루어줬으면 좋겠는걸'이라고 말하던 그녀가 누군가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을 때'에야 하나의 이야기가 일단락되는 것입니다.

 

 

'독은 없으니 안심하라'며 구운 사과를 건네는 스미레는 결국 백설공주가 마녀로 이행하는 모습을 재현해냅니다. 사실상 지금껏 나타났던, 그리고 앞으로 나타날 스미레의 모습은 '공주'보다는 '마녀'에 가깝습니다. (분명한 것은 아카제네의 이야기에서 공주와 마녀가 선역과 악역으로 양분되지는 않으며, 따라서 충분히 일체화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핼러윈 에피소드가 나왔던 회상 장면에서 어릴 적 스미레는 마녀 분장을 했으며 어릴 때부터 마녀 속성을 드러냈기 때문에 알고 보면 공주인 척 하는 마녀로도 해석해볼 수 있을 듯 '매직 미드나이트'를 입은 스미레는 마법사입니다. 또한 스미레는 점을 쳐서 운명을 셈하는데, 이 운명을 상징하는 것이 마녀의 '물레'입니다. 운명의 수레바퀴에서 '수레바퀴'를 해석하면 '물레'가 되기도 하지요. '잠자는 숲속의 공주' 이야기에서 영원한 잠이란 '성숙하지 않은 상태의 영속적인 보호'를 의미합니다. 미성숙의 단계에서만 잠들 수 있다는 의미지요. 

 

 

물레에 찔려 잠드는 오로라 공주는 추후 등장하게 될 '슬리핑 오로라'의 아카리겠지만, 사실상 극에 이 물레를 등장시킨 것은 아카리와 스미레의 만남입니다. 물레에 찔려 잠드는 것 또한 앞서 언급했던 일시적인 죽음의 경험과 같은 맥락으로, 시련을 부여함으로써 일상에 변화를 줍니다.  따라서 사실상 아카리와 스미레는 모두 스스로를 물레에 찌르고 잠들며, 내부적 깨달음을 통해 잠에서 깨어나 각성하는 캐릭터라고 볼 수 있을 듯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스미레의 경우 캐릭터 자체가 마녀 속성을 가지고 있고, 타르트 타탱에서 스미레는 '잠에 빠져 저의 꿈을 꿔주세요'라고 말하며 자신을 상대에게 인식시킵니다. 타르트 타탱 무대에서 상대역이란 거울 속의 자신이라고 이해할 수 있으니, 잠에 빠지게 하는 것도 잠에 빠지는 것도 스미레가 될 수 있는 것이지요. 스미레가 타르트 타탱에서 '잠에 빠져 저의 꿈을 꿔주세요', '츄츄 발레리나'에서 '잘 자, 츄츄 발레리나'라고 말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스미레는 잘 자라고 하면서도, '잠들어 있는 꿈 속에서 춤추고 있는 발레리나'이기 때문이죠. 사실, 아카리가 102화에서 스미레에게 역방향 운명의 수레바퀴 카드를 내밀게 된 것이나 새로운 룸메이트를 만나러 갈 때 짐을 담은 박스가 사과 박스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아카리가 스미레를 잠들게 한 것이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을 법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카리와 스미레는 모두 누군가를 잠재울 수 있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디테일하게 생각했을 때 아카리와 스미레의 방에 독사과를 가져다 놓은 것은 아카리이나 그것이 독사과임을 앎에도 집어먹은 것은 스미레라고 해야 할까요…. 이러한 양상은 앞부분에서 살짝 언급했듯, 히나키와 쥬리 이야기에서도 이어집니다. 히나키와 쥬리가 뜨거운 정열을 표방하는 유닛을 맺고서 바닷속에 들어가(포핀 버블스) 헤엄치며 '바다의 밑바닥에서 태양을 올려다보게' 되는 것은 '옛사람들이 태양이 지는 것을 태양이 바다에 들어갔다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것이 일종의 죽음과 부활을 상징하기도 한다는 사실'과 연관되어 또다시 성장을 위해 스스로를 죽이는 상징적 죽음의 양상으로 나타나는데요. 따라서 아카리, 스미레, 히나키, 쥬리는 모두 '잠들어야 하면서 동시에 잠재울 수 있는', 그리고 '잠의 과정을 겪으며 성장하는 아직 미성숙하지만 가능성을 지닌 존재'입니다. 그래서 엔딩 츄츄 발레리나와 굿모닝 마이 드림은 역순행적 구조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