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이 가진 메타포의 가능성》 : 「망나니 1왕자가 되었다」 (글럼프 장편 판타지소설, 엠스토리허브)를 읽고

 

《웹소설이 가진 메타포의 가능성》

 : 「망나니 1왕자가 되었다」 (글럼프 장편 판타지소설, 엠스토리허브)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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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가 포함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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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전쟁통에 등장한 무훈시는 능력이나 기술로 쓰일 뿐만 아니라, 부상과 죽음으로 점철된 전쟁 장면을 환기하고 독자의 주의를 집중시킨다. 동시에 캐릭터의 성장을 암시하며 서사의 한 단락을 완성하는 역할을 한다. 작중 작의 기능을 국한시키지 않고 언어적 가능성을 확대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무훈시가 가진 ‘격’이란 추상적 개념에 가까우나, 소설은 묘사를 통해 인물의 영혼을 바깥으로 꺼내어 타자가 직시할 수 있게 만든다. 특히 본체였던 ‘망나니 이드리안’의 나약한 영혼과 그루혼의 강인한 영혼을 극명히 대비시키며 개념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격’이 영혼의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명확히 표현해낸 것이다. 또한, 인물의 행동을 각 장면을 관통하는 거대한 상징이자 메타포로 활용함으로써 독자들의 심금을 울렸다는 점도 눈에 띈다.
관념과 상징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소설로서의 가치를 백분 살렸으나, 그 때문에 IP 활용에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종의 비인간 생명체 및 긴장감 넘치는 전투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 작품 특성상 웹툰 작화가 선정에 신중해야 할 것이고, 각색이나 연출에도 상당한 공을 들여야 한다. 소설의 백미가 되어 주었던 무훈시 낭송 장면 또한 어떤 방식으로 연출하느냐에 따라 그 분위기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장면을 이미지화시킬 때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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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통에 등장한 무훈시는 단순히 적군을 파멸시키기 위한 능력이나 기술로서만 기능하지 않는다. 입밖으로 나온 무훈시는 부상과 죽음으로 점철된 전쟁 장면을 환기하고, 독자의 주의를 집중시킨다. 동시에 캐릭터의 성장을 암시하며 서사의 한 단락을 완성시키는 역할을 한다. 작중에서 이드리안이 무훈시를 읊기 시작하자, 수십의 기사들이 무훈시를 따라 외친다. 그것은 악다구니와도 같았고 포효에 가까웠으며 “굳이 말하자면 군가 같”(3권 2화)은 노래였다. 한때는 잊혔고 혹자에게는 구닥다리 취급받기도 했으나 다시 불러냈을 때는 무엇보다 큰 힘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 무훈시였다. 민담이나 전설이 입을 타고 구전되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고, 우연히 읽게 된 고전의 한 구절이 마음을 울릴 때의 공명을 느꼈다. 무훈시는 웹소설이 가진 언어적 가능성을 시사하는 소재다. 작중 작의 기능을 국한시키지 않고 그 가능성을 확대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무훈시는 작중 작으로서 소설의 작품성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독자의 몰입도를 높이고 서사 이해를 도왔다는 데서 유의미한 역할을 했다.

 

「망나니 1왕자가 되었다」는 다양한 장치를 활용해 관념적 메시지를 독자의 눈앞에 구현한다. 시를 만들고 읊는 자의 업적에 따라 무훈시는 그에 걸맞은 격을 지닌다. 이드리안이 처음 시를 사용했을 때는 시의 일부가 생략되기도 하나, 그의 경험과 성장에 따라 시의 격은 높아지고 새로운 형태의 시가 나타나기도 한다. 시의 격을 이해함으로써 영혼의 성장을 보여 주는 장면은 작중 인물과 독자의 마음을 동시에 고양한다. 이드리안은 시의 격을, 그리고 “수많은 오크들을 불태워 마침내 비범의 끝자락에 도달한”(3권 8화) 영혼을 꺼내어 용병단장을 감화시킨다. ‘격’이란 추상적 개념에 가까우나, 소설은 묘사를 통해 무훈시의 기능을 극대화시킴으로써 인물의 영혼을 바깥으로 꺼내어 타자가 직시할 수 있게 만든다. 이는 ‘망나니 이드리안’의 영혼이 본래 그루혼이었던 검에 갇힌 뒤, 독립적 인격으로 기능할 수 없는 영혼의 조각에 불과하게 되었다는 점과 극명히 대비된다. 인간이 어떤 본질을 가졌고, 또 그 본질을 어떻게 성장시키냐에 따라 같은 육신을 지녔음에도 삶의 양상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관념과 상징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소설로서의 가치를 백분 살렸으나, 그 때문에 IP 활용에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종의 비인간 생명체 및 긴장감 넘치는 전투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 작품 특성상 웹툰 작화가 선정에 신중해야 할 것이고, 각색이나 연출에도 상당한 공을 들여야 한다. 소설의 백미가 되어 주었던 무훈시 낭송 장면 또한 어떤 방식으로 연출하느냐에 따라 그 분위기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장면을 이미지화시킬 때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저자에 의하면 2022년부터 웹툰 콘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아직까지 런칭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으므로, 다수의 전투 장면 등 강도 높은 작업을 원인으로 웹툰 준비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외에 눈에 띄는 IP 활용 소식은 보드게임 제작이다. 웹소설 등의 서사 작품을 보드게임의 형태로 출시하는 ‘보드팝’과 제휴하여 1부 겨울성 전투를 테마로 보드게임을 제작 중이라고 한다. 2024년 펀딩 예정이며, 게임의 판매 성과에 따라 웹소설 → 보드게임 OSMU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