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로맨스 판타지의 가능성을 확장하다》 : 「세이렌: 악당과 계약가족이 되었다」 (설이수 장편소설, 페가수스)를 읽고

 

《독보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로맨스 판타지의 가능성을 확장하다》 

: 「세이렌: 악당과 계약가족이 되었다」 (설이수 장편소설, 페가수스)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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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정보

 

1) 저자: 설이수

2) 출판사: 페가수스

3) 연재처: 카카오페이지
4) 연재 기간: 2020.07.31. ~ 2021.01.18. 본편
2021.03.21. ~ 2022.06.27. 외전 1, 2
5) 미디어믹스: 2021.12.26. ~ 웹툰 연재 중(현재 시즌 2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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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가 포함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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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판타지 및 로맨스 판타지 웹소설 작품이 가질 수 있는 독자적인 매력 중 하나는 신선하고 독창적인 세계관이다. 「세이렌: 악당과 계약가족이 되었다」는 신화를 변주하여 밀도 있는 세계관을 꾸림으로써 서사성을 확보하고, 세계관을 매개하여 ‘선과 악’이라는 근원적 문제에 접근함으로써 깊이 있는 발화를 이끌어냈다.

작중에 등장하는 ‘세이렌’은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요괴의 이름을 딴 전설 속의 종족이다. 신화와 소설의 ‘세이렌’은 모두 노래로 인간의 감정을 자극하고 매혹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주인공 아리아드네는 작중 세계에 남은 유일한 혼혈 세이렌으로, 독보적 재능을 지닌 천재다. 그녀가 계약 결혼을 제안한 발렌타인 대공가는 악마의 저주에 잠식된 가문으로, 발렌타인의 대척점에 선 가르시야 신성제국은 ‘신의 선의’를 가진 나라로 묘사된다. 그러나 사실 발렌타인은 ‘신의 악의’로부터 세상을 지켜내고 있었다. 아리아드네는 ‘세이렌’의 비밀을 파헤쳐 가며 발렌타인을 돕고자 하는데, 그 과정에서 인간의 본질, 이분법적인 선악 구조 등에 관해 깊이 있는 고찰이 이루어진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아리아드네는 신관의 차별 대우와 책임 전가를 목도하고 “대체 선이 뭐고 악이 뭐길래. (중략) 악을 대표하는 발렌타인이나 선을 대표하는 가르시야나 똑같아.”(46화)라고 생각하며 인간의 본질은 모두 동일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웹소설 연재 당시 제목은 「악당과 계약가족이 되었다」로, 양산형 육아물이라는 인상을 준다는 점이 다소 아쉬웠다. 그러나 2022년 「세이렌: 악당과 계약가족이 되었다」로 제목을 변경했다. ‘악계가’에서 ‘세이렌’으로 바꾸어 호명하기 시작하면서, 작품의 세계관이 집약되는 제목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이 유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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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및 로맨스 판타지 웹소설 작품이 가질 수 있는 독자적인 매력 중 하나는 신선하고 독창적인 세계관이다. 사실 웹소설 작법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은 매력적인 인물과 인물 간 관계성이다. 다만, 판타지는 세계의 설정이 독자의 관심을 끄는 데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장르다. 환상성을 가진 세계를 창조하여 몰입을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를 구축하고 이끌어나가는 힘은 작품에 큰 영향력이 된다.「세이렌: 악당과 계약가족이 되었다」는 신화를 변주하여 밀도 있는 세계관을 꾸림으로써 서사성을 확보하고, 세계관을 매개하여 ‘선과 악’이라는 근원적 문제에 접근함으로써 깊이 있는 발화를 이끌어냈다.

 

작중에 등장하는 ‘세이렌’은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요괴의 이름을 딴 전설 속의 종족이다. 신화와 소설의 ‘세이렌’은 모두 노래로 인간의 감정을 자극하고 매혹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신화의 세이렌은 노래로 뱃사람들을 홀려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요괴에 불과하지만, 소설에서의 세이렌은 선의와 악의를 융합시킬 수 있는 매개체인 신의 양심을 품은 아틀란티스 왕가의 후예다. 주인공 아리아드네는 작중 세계에 남은 유일한 혼혈 세이렌으로, 그녀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크레타의 공주 ‘아리아드네’와 동명이라는 사실에서 아리아드네가 왕족과 관련되어 있을 수 있다는 상징적 복선이 제시된다. 노래로 사람들의 감정을 동요시켜 오랫동안 욕망의 대상이 된 세이렌, 그리고 ‘선의’와 ‘악의’로 구분되는 신의 힘이라는 설정 덕택에 작품은 회차가 거듭될수록 흥미진진해진다. 신화에서의 세이렌은 비극을 담당하는 뮤즈 ‘멜포메네’ 혹은 합창과 무용을 담당하는 뮤즈 ‘테르프시코레’ 에게서 태어난 존재로 알려져 있다. 존재의 기원 자체에 비극과 예술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소설 「세이렌: 악당과 계약가족이 되었다」는 요괴였던 세이렌을 왕가의 후예이자 특별한 힘으로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존재로 전복시키는 동시에, 비극이었던 아리아드네의 삶을 회귀시킴으로써 신화의 세이렌이 가진 비극적 원형성도 타파한다.

 

아리아드네는 세이렌 중에서도 독보적 재능을 지닌 천재다. 그녀가 계약 결혼을 제안한 발렌타인 대공가는 악마의 저주에 잠식된 가문으로, 발렌타인의 대척점에 선 가르시야 신성제국은 ‘신의 선의’를 가진 나라로 묘사된다. 그러나 사실 발렌타인은 ‘신의 악의’로부터 세상을 지켜내고 있었다. 아리아드네는 ‘세이렌’의 비밀을 파헤쳐 가며 발렌타인을 돕고자 하는데, 그 과정에서 인간의 본질, 이분법적인 선악 구조 등에 관해 깊이 있는 고찰이 이루어진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아리아드네는 신관의 차별 대우와 책임 전가를 목도하고 “대체 선이 뭐고 악이 뭐길래. (중략) 악을 대표하는 발렌타인이나 선을 대표하는 가르시야나 똑같아.”(46화)라고 생각하며 인간의 본질은 모두 동일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대체 선이 뭐고 악이 뭐길래.’
가르시야 기준으로 교황의 말을 잘 들으면 선이고 안 들으면 악인가?

한 가지는 확실했다.
‘악을 대표하는 발렌타인이나 선을 대표하는 가르시야나 똑같아.’
본질은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 「세이렌: 악당과 계약가족이 되었다」46화 中

 

 

웹소설 연재 당시 제목은 「악당과 계약가족이 되었다」로, 양산형 육아물이라는 인상을 준다는 점이 다소 아쉬웠다. 그러나 2022년 「세이렌: 악당과 계약가족이 되었다」로 제목을 변경했다. ‘악계가’에서 ‘세이렌’으로 바꾸어 호명하기 시작하면서, 작품의 세계관이 집약되는 제목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이 유의미하다. 웹소설의 종수가 점점 많아지는 상황에서, 독자들이 취향의 작품을 직관적으로 골라 읽을 수 있게 하는 문장형 제목이 유행하게 되었다. 제목에서부터 작품 혹은 작품 세계관에 관한 구체적 정보를 담고 있어야 독자들이 더 쉽게 작품을 선택할 수 있고, 최소 독자를 확보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맥락이다. 문장형 제목이 정보를 제시함으로써 시선을 끈다면, 주제를 집약하는 짧은 제목은 호기심을 유발함으로써 독자들의 클릭을 유도한다. 이때 짧은 제목의 경우 다수의 독자가 제목에 사용된 어휘에 내재한 정보를 직관적으로 짐작 혹은 추측할 수 있으면서 다른 작품들의 제목과 크게 중복되는 데가 없어야 한다. 그런 집약적인 제목을 짓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으므로 문장형 제목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세이렌’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신화 속 요괴이므로 신화 모티프의 변용을 통해 세계관을 구축하였음을 손쉽게 독자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인지도를 어느 정도 쌓은 작품이기 때문에 2022년 시점의 제목 변경은 적절했다고 여겨진다.